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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June 14, 2009

저 캄캄한 곳으로 (김문수)

보물이 있으면 자랑하고 싶은 것이 보통사람들 상정이다. 나도 보통사람들중 그저그런 한 사람이다. 북한인권을 하면서 눈물도 많이 쏟고 절망도 많이 했지만 보물도 여럿 찾았다. 다이아몬드나 에메랄드같이 값비싼 보물을 찾은 것이 아니라 눈물많은 인간보물들을 여럿 만났다. 그중 제일 자랑하고 싶은 우리나라 보물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이다.

사실 김문수는 숨겨진 보물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 아는 보물이기도 하다. 경기도 지사에 당선된 후 부천을 떠나 지금은 수원에 있지만 아직도 부천주민들은 모두 김문수를 동네 아저씨같이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보통사람이다.

2003년 2월, 필자의 [링컨] 번역서가 링컨 생신날 (2월 12일) 서울에서 출판되어 다닐러 나갔을 때, 그 전 해 2002년 4월, 워싱턴에서 북한인권으로 만난 지브랄타의 바위같은 문국한 씨가 불쑥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우리 동네 부천에 김문수란 국회의원이 있는데, 한 번 만나 보시지요.”
“내가 국회의원을 왜 만납니까?”

필자는 평생 정치라면 질색이었고,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더더욱 질색이었다.

“만나 보시면 왜 만나라고 했는 지, 아시게 될 겁니다.”
“난 국회의원 만날 생각 없습니다.”

며칠이 지났다. 문국한 씨가 또 말을 꺼낸다.

“선생님, 김문수 의원에게 연락해서 약속시간을 받아놓았습니다.”
“왜 자꾸 이러시나? 안 만난다는데!”

2003년 2월 21일, 문국한 씨와 함께 부천에 있는 김문수 의원 사무실을 찾아갔다.

“미주교포인데 링컨 번역책 출판 때문에 나왔습니다.”
“문 사무총장으로부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들 북한인권 일을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할 수있는 한 도와드리겠습니다.”

필자는 이렇게 싱거울 정도로 간단히, 지브랄타의 바위 문국한 씨 덕분에 대한민국의 보물을 찾았다. 그 다음 해 초겨울, 2004년 11월, 김의원의 도움으로 [북한 홀로코스트 전시회]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처음 열었다. [북한인권에 대한 침묵은 죄악입니다!] 그날, 김문수 의원이 앞장을 서고, 미국에서는 수잔 숄티 여사가 날아오고, 서울에서는 황장엽 선생, 박근혜 의원, 조갑제 기자, 지만원 박사, 전재희 의원 등 여러분이 참석하고, 일본에서는 중의원들, 납북자가족들, 북한인권 엔지오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대중 노무현 돼지우리당 시절, 서울 한 복판 국회의원 회관에서 북한인권 전시회가 열린 것은 한 마디로 기적이었다.

김문수 의원이 2005년 7월, 북한인권 행사로 워싱턴에 날아왔을 때 이야기이다. 김의원이 묵는 홀리데이 인에서 새벽 아침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전 고등학생 시절부터 운동권이었고, 노동운동으로 위장취업도 했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감옥에 끌려가서 차라리 죽고싶을만큼 지독한 고문도 받았습니다. 그 때는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로 생각했었는데, 포철이다, 造船이다, 석유화학이다, 그 분이 한 일들을 후에 돌아보니, 내가 어려서 정말 잘못 생각했었구나, 길을 바꿨습니다. 선생님, 左에서 右로 전향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때 알았습니다. 담배 끊는 것?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를 부정한다는 것은 살을 저미고 뼈가 깎이는 고통입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습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김의원은 주머니에서 비타민이 담긴 약병을 꺼냈다.

“그런데 선생님, 이 비타민 좀 드시지요. 난 이 비타민 이외에는 약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도 비타민을 계속 드십시오. 감기 안 걸립니다.”

2007년 1월 1일, 김문수 지사로부터 이-메일이 들어왔다. 김지사는 산문이나 연설보다 시를 더 잘 쓴다. 그날 김지사의 이-메일을 읽고 새해 정월 초하루부터 혼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저 캄캄한 곳으로


제야의 종,
임진각 평화의 종을 치고 돌아 오는
자유로 임진강 너머에는
불빛이 없네

요란한 비보이
한국가요대전의 화려한 무대,
밤하늘을 수놓는
폭죽이 화려하건만,
임진강 너머
저 곳에는
캄캄한 어둠뿐이네
인기척도 없네

저 캄캄한 곳으로 나는 가고 싶네
저 캄캄한 곳을 생각하면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르네

저 캄캄한 곳 사람들
나는 손잡고 싶네
깡마른 절망의 가슴
따뜻이 안아주고 싶네.

2007년 정월 초하루 새벽 12시 30분
임진강 자유로를 달리며

김문수



2009년 6월 14일
김정일의 대학살 전시회/남신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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