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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May 03, 2008

다 내 잘못이고 내 탓이다

영화 [크로싱]의 英字표기는 CROSSING이고 한글로 번역하면 엇갈림이다. 착한 탈북자 아빠 용수와 착하디 착한 탈북소년 아들 준이의 잔인한 엇갈림, 절망과 죽음과 눈물과 통곡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을 잘 흘리는 편이었다. 무덤 앞에서 우는 사람들만 보면 함께 따라 울곤 했다. 우리나라 영화에는 무덤도 자주 나오고 무덤 앞에서 우는 사람들도 자주 나왔다.

탈북난민 기록영화 [서울 기차 Seoul Train]를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2002년 8월 26일, 북경 중국외교부 앞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이란 배너를 꺼내들다가 무자비한 중국공안에게 잡혀간 김재곤, 고대장, 김정남, 안철수, 김홍, 김미영, 그리고 조성혜를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내 사무실에는 이 MoFA Seven, 중국외교부 7인義士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서울에 있는 문국한씨와 내가 저들을 死地로 드려보낸 것이다. [서울 기차]에서 면담하던 문국한씨가 7인의사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린다. 백 번을 울어도 우리 가슴 속에 든 멍은 그대로 남아있다.

오뚜기 정성산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요덕수용소 사람들이, 아버지 제발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이 요덕에도 와 주소서! 라고 절규하면 흐르는 눈물을 참을 도리가 없다. 요덕스토리에서는 요덕정치범수용소 소장 리명수와 공훈 무용수 장련화가 어린 아들 요덕이를 남겨놓고 다 죽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요덕이가 “우리 아빠 엄마는 요덕수용소에서 죽었대요, 우리 아빠 엄마가 보고 싶어요!” 요덕이가 불쌍하고 북한주민들이 불쌍하고 탈북난민들이 너무 불쌍해서 계속 울었다. 여섯 번 보았는데 볼 때마다 계속 울었다.

[크로싱]이 서울에서 6월 5일 개봉하기 전에 워싱턴에 왔다. 제작자 패트릭 최씨와 영화대본을 쓴 작가 이유진씨가 완성본 DVD를 들고 서울과 L.A.에서 날아왔다. 4월 28일 오후 3시에는 美연방국회 도서관 제임스 매디슨 기념관 안에 있는 메리 픽포드 영사실에서 시사회가 열렸고, 같은 날 저녁 6시에는 연방국회 근처에 있는 에베네저스 커피하우스란 문화공간에서 상영을 했다. 연방국회 도서관에서 상영했을 때, [북한자유주간]에 증언하러 온 탈북여성 안인옥씨는 영화를 보면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죄목으로 사형을 간신히 면하고 함흥 교화소에서 3년간 지옥생활을 하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왔던 안인옥씨는 아들을 데리고 탈북했다가 중국공안에 잡혀서 강제북송 당했다. 다시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또 잡히고, 그런 와중에 안인옥씨 母子는 잔인하게 엇갈리고 헤쳐진다. 안인옥씨는 영화 속 준이를 보면서 아직 생사불명의 아들 생각에 통곡을 한 것이다. 영화 [크로싱]은 영화가 아니다. 현재 진행형 북한동포들의 참극이요, 통곡이다. 안인옥씨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무슨 말로 위로가 되나? 함께 울어줄 수밖에 없다. 안인옥씨와 함께 많이 울었다.

오늘 아침 탈북형제들이 서울로 다 떠나고 혼자서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운전하며 [크로싱]을 생각하면 또 눈물이 흐른다. 준이가 중국에서 서울에 있는 아빠와 처음 통화가 되었을 때, [아빠, 잘못했어요. 엄마를 지키겠단 약속을 못 지켰어요. 잘못했어요!]라고 소리 지르면서 통곡을 할 때, 저 준이는 용수의 아들이요, 안인옥의 아들이요, 내 아들이었다. 저렇게 착하고 예쁘게 생긴 내 아들이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어 한다는 첫 마디가, 엄마를 살리지 못해서 잘못했다는 비명통곡이다. 엄마가 왜 너 때문에 죽었냐, 준이야. 네 잘못이 아니다, 준이야! 엄마가 돌아가신 건 내 잘못이다. 다 내 탓이다. 울지 마라, 준이야!

울다가 한 주가 지나가고 [제5차 북한자유주간]은 울다가 끝났다. 이제부터 인옥씨 아들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디에선가 엄마를 찾으며 헤메고 다닐 살아있는 준이를 엄마에게 찾아주어야 한다.

2008년 5월 3일
김정일의 대학살 전시회/남신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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