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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04, 2008

영어보다는 한문이고 한문보다는 한글이라는 주장

영어보다는 한문이고 한문보다는 한글이라는 주장

요즈음 한국에서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의 영어교육 정책으로 떠들썩 한데, 40년 미국에서 산 필자가 우리나라 교육에 참견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한 마디 하자면, 머잖아 초중고등학교 강의에서 거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것에는 절대로 반대입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필자는 미국에서 지난 20여년간 거의 매일 영어와 한국말 사이에 서서 통역도 했고 번역을 해왔습니다. 건축설계 서울현장 일 때문에 전공분야 통역과 번역을 약 10년간 했었고, 그 다음에는 링컨 책을 10년간 번역하면서 그와 동시에 북한인권 일 때문에 탈북자들과 미인권운동가들 사이에서 통역과 번역을 10년도 넘게 해왔습니다.

영어와 한국말의 통역과 번역에서 제일 힘든 것이 높낮은 사람들의 호칭이나 존대말입니다. 영어에는 존대말이나 해라가 없고 호칭의 번역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화할 때 서로를 모두가 You 라고 부릅니다. 이 You 를 번역하자면, 당신 여보로부터 선생님 사장님을 거쳐 형님도 You고 아우도 You고 이 놈이란 욕도 You로서 열두가지 이상의 번역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직접 대놓고 부를 때 Mr. President 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각하가 없어지고 대통령님이 된 것 같지만, Mr. President를 그대로 직역하자면 대통령 씨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면 우리 문화가 없어집니다. 우리나라 장유유서의 문화가 옳든 그르든 좋든 나쁘든 우리가 매일 영어를 쓰면 우리 고유의 장유유서 문화는 사라집니다. 수천년 우리가 지켜온 장유유서 문화를 없애는 것이 좋다고 결정했다면 존칭이나 해라가 없는 영어를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쳐도 됩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부를 때에는 대통령들도 전부 지미 카터이고 빌 클린턴이고 조지 부시입니다. 제임스 카터도 아니고 윌리엄 클린턴도 아니고 조지 부시 대통령님이라고는 절대로 부르지 않습니다. 모두가 문화 차이 때문입니다.

사실 오늘 존 맥케인 미대선후보에 관하여 글을 하나 올리다가 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사람들이나 미국 지명을 한국말로 적을 때 원칙들이 없는 것 같아서 못마땅했다가 그냥 이 잡문을 올립니다. 존 맥케인은 메케인 Macain이 아니라 맥케인 McCain입니다. 요즈음 맥케인 후보의 선거유세를 보면 모인 사람들이 모두 Mac is back! 맥이 돌아왔다! 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지난 여름에 선거자금도 떨어지고 이라크 전도 잘 안돌아가서 맥케인 의원은 거의 경선에서 탈락할 뻔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서 이제는 자금도 풀리고 여론조사에서도 1등입니다. 그런 뜻에서 지원자들이 맥 이즈 백! 맥이 돌아왔다!고 좋아들 하는 겁니다. 그런데 남한식 표기를 따르면 메 이즈 백! 이라고 해야 합니다. 맥은 맥케인이지만 메는 누군지 모릅니다.

요새 삼성이 매일 두들겨 맞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미술품을 보관해 놓았다는 곳의 발음을 백이면 백 모두 서울에서는 에버랜드라고 발음합니다. Everland를 한글로 써도 에벌랜드라고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는데 왜들 일본사람들 흉내를 내어 에버란드라고 발음표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Lincoln은L자가 앞에 붙어있어서 할 수 없이 링컨 Rinkon이라고 표기하지만, 에버랜드 식이라면 힐러리 클린턴 Hillary Clinton도 히라리 크린턴이라고 적어야 합니다. Missouri 는 절대로 미주리가 아닙니다. 미국사람들은 전부 미조리 아니면, 미조리 주민들은 미조라라고까지 이상한 사투리 발음을 합니다. 로마자를 쓴대로 곧이곧대로 발음하겠다면 아리조나 주의 투손 Tucson은 어떻게들 발음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투손을 턱손이라고 발음하면 미국에서 그게 어디에 있는 도시인지 알아들을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 발음들이 본래 원칙이 없고 너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영어란 것도 제일 원칙이 없고 너무 힘든 언어란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기왕 배우려면 미국사람들이 발음하는 식으로 발음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랜 전 집안의 어른이 미국에 오셨습니다. 50년대부터 미국에를 자주 드나드시고 영어도 일본식 발음으로 잘 하시는 분으로서 서울에서는 국가의 어른이셨던 분입니다. 미국에 들리셨을 때 동네 백화점 (Mall)에를 모시고 갔었는데 이 어른께서 백화점 점원에게 무조건 “아가야, 이리 온” 하니까 점원이 “Yes, Sir!” 하고 달려왔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혼자서 웃었는데, 미국에서 살려면 영어를 알아듣게는 발음해야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사람들에게 영어 잘 한다고 자랑할 필요는 절대로 없습니다. 우리 말로 해도, 이 사람들이 필요하면 우리나라 말로 하더라도 미국사람들 다 잘 알아 듣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밝은 밤에를 한글, 한문, 영어로 읽어보면 우리 한글이 얼마나 우리들만의 독특하고 뛰어난 글인가 곧 알아보고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閑山島月明夜上戍樓 撫大刀深愁時
何處一聲羌笛更添愁

By moonlight I sit all alone
In the lookout on Hansan Isle
My sword is on my thigh
I am submerged in deep despair
From somewhere the shrill note of a pipe…
Will it sever my heartstrings?
(Translated by Richard Butt (The Bamboo Groove) UC Berkeley 1971

이상 세 나라 말의 충무공 시는 박혜일 교수의 [이순신의 일기, 서울대학교 출판사 1998년]에서 옮겨왔습니다.

한글도 잘하고 한문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한글을 제대로 배운다음 영어보다는 한글로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겁니다.

존 메케인이 아니라 존 맥케인이란 것을 주장하다가 장유유서도 없고 두서도 없는 잡글이 되었습니다. 읽고 잊어버리시기들 바랍니다.

2008년 2월 4일
남신우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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