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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03, 2006

[링컨을 배우자] '통합의 리더십'

주간조선 창간 38주년 특집기사 - 2006년 10월 23일

[링컨을 배우자] ‘통합의 리더십’

나라의 분열을 막고 국민을 하나로 묶은 ‘화합의 지도자’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17세기 절대군주가 저 혼자 한 말이다. “링컨이 미국이고, 미국이 링컨이다”란 말은 미국인에게서 자주 듣는 얘기다. 왜냐하면 ‘미국 헌법이 곧 미 합중국이고, 미 합중국이 미국 헌법’인데, 140년 전 남북전쟁을 극복하고 목숨으로 헌법과 연방을 지킨 사람이 바로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링컨 연구가 김동길 교수는 저서 ‘링컨의 일생’의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에서는 링컨을 보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노라고. 맞는 말이다. 학교 교실마다 링컨과 워싱턴 대통령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있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미국 사람들은 자기네 자동차를 지독히 좋아하고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기 있는 고급 승용차는 GM의 캐딜락이 있지만 진짜 고급 승용차 하면 포드에서 만든 링컨 콘티넨털이다. 탱크 같이 육중하게 만든 링컨 콘티넨털은 개인 승용차로도 많이 쓰이지만, 뉴욕 길을 메우고 달리는 고급 리무진은 거의가 다 링컨 콘티넨털이다.

필자는 1999년 8월 링컨 연구가 고어 비달의 ‘대통령 링컨’과 2003년 2월 하버드대 역사학부 명예교수 데이비드 허버트 도널드의 ‘링컨’을 번역ㆍ출판하면서, 서울을 자주 드나들었다. 언젠가 한 미국 변호사가 “왜 한국에 자주 가느냐”고 묻기에 “링컨을 팔러 나간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변호사는 “당신은 건축설계만 하는 줄 알았더니, 한국에 나가서 자동차도 파느냐”고 정색하고 물어서 실소한 적이 있었다. 나는 “자동차 링컨이 아니라, 인권운동의 원조인 링컨 대통령을 한국 국민에게 팔러 나간다”고 말해 주었다.

링컨 리무진을 타고 가서 내리면서 주차요원에게 5달러 팁을 주려고 돈을 꺼내면 또 링컨을 보아야 한다. 5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초상이 링컨이기 때문이다. 이 5달러짜리 지폐의 뒷면에는 워싱턴 DC의 링컨 기념관 전경 그림이 있고, 링컨의 대통령 재임시절에 재무장관 샐먼 P 체이스가 주장하여 모든 지폐에 적어 넣은, ‘In God, We Trust(하나님 안에서 우리는 서로 신용한다)’란 문구도 찍혀 있다. 1센트짜리 동전에도 링컨 초상이 들어가 있는데, “1센트짜리 동전 만드는 비용이 1센트보다 더 든다고 해서 1센트 동전을 없애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링컨 탄생 200주년인 2009년까지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링컨 리무진을 타고 미국의 도시를 달리다 길 이름을 눈여겨보면 열 개 중 한두 개는 링컨 애버뉴, 링컨 불리바드, 링컨 스트리트 등이다. 그만큼 미국에서는 길 이름, 건물 이름, 마을 이름, 도시 이름에 링컨이 많다. 사실 남북전쟁 때 링컨의 이름이 붙은 주도 생길 뻔했었는데, 링컨 대통령이 반대해서 웨스트 버지니아주가 되었다.

남북전쟁 당시 거대한 면적의 버지니아주가 동부해안 지역은 반란세력(남부연맹), 서부산악 지역은 연방세력(북부연방)으로 갈라져 있었다. 서부산악 쪽이 남부연맹의 중심인 버지니아주에서 떨어져나오면서 생긴 주를 ‘링컨주’라고 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링컨은 “난 싫다!”라고 거절했다.

미국에서 공휴일로 기념하는 대통령 생일은 ‘건국의 아버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16대 대통령 링컨밖에 없다. 또 워싱턴의 생일은 2월 22일이고 링컨의 생일은 2월 12일인데 이 두 생일의 중간에 낀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라고 정해 놓고 쉰다.

링컨이 암살 당하고 거의 한 세기 반이 지났는데도 미 국민이 이렇게 링컨을 잊지 않고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링컨이 켄터키 숲 속의 통나무 집에서 태어나서? 보통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링컨이 대통령이 되어서? 링컨이 나라의 분단을 막고 미 연방을 살려서? 링컨이 400만 흑인노예들을 해방시켜서? 링컨의 수염이 멋있고, 잘 생겨서? 혹은 못 생겨서? 링컨이 정직했기 때문에? 링컨이 우스갯소리를 많이 했다고 해서? 링컨의 연설이 훌륭해서? 링컨이 강해서? 링컨이 우울증에 걸릴 만큼 심약해서? 아니면, 링컨 콘티넨털 차가 좋아서?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이 웅장하고 멋있어서?

미 국민이 링컨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이유는 위에 언급한 그 모두이고, 아니기도 하다. 미 국민은 링컨을 무조건 사랑한다. 많은 사람이 링컨을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링컨을 무조건 흠모하고 사랑한다. 미국에서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링컨을 모르면 사람들이 모인 데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링컨은 우리 편이고 우리 편이 진정한 링컨의 후계자”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도 링컨을 들먹였고,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연설할 때마다 링컨의 이상과 연설문을 인용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은 링컨이고, 또 링컨은 미국 사람들 속에서 매일 함께 살고 있다.

남신우 재미건축가
뉴욕링컨그룹 회원
'대통령 링컨’번역가
200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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